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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음악

바로크 시대 - 격동하는 시대를 품은 음악

by 주공개 2022.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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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찌그러진 진주

16세기 말 유럽의 음악은 르네상스에서 바로크(Baroque)라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르네상스와 비슷하게 바로크라는 단어의 본래 뜻은 실제 그 시대 음악의 특징과는 크게 연관이 없는데, 이는 포르투갈어로 찌그러진 모양의 진주라는 의미이다. 미술계에서는 17, 18세기의 양식을 표현하기 위해 이 바로크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어떤 이유에서 찌그러진 진주라는 뜻을 가진 단어를 채택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와 비슷한 1600년에서 1750년경에 발달한 음악에 대해서도 후대 학자들은 바로크 음악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바로크라는 단어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자면, 일반적으로 대중들에게는 이 단어가 건축 분야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바로크 양식, 고딕 양식 등), 실제로는 1733년에 초연된 오페라 "이폴리트와 아라시"의 비평에서 처음 언급되었다고 한다. 당시 프랑스의 한 잡지에 기재된 이 익명의 비평에는 해당 오페라의 일관성 없고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멜로디, 시시각각 변화하는 박자와 조성, 매운 빠른 속도의 전개 등 어지러운 느낌의 공연을 비판하기 위해 바로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음악가이자 철학가였던 "장자크 루소"는 1768년에 집필한 본인의 저서 백과전서에서 바로크 음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바로크 음악이란 혼란스러운 화성, 변조와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음악을 가리키는 단어다. 노래는 거슬리고 비정상적이며, 정확한 음정으로 부르기도 어렵다. 움직임도 단조롭다. 철학가들의 단어 바로코'baroco'에서 나왔다.
Baroque music is that in which the harmony is confused, and loaded with modulations and dissonances. The singing is harsh and unnatural, the intonation difficult, and the movement limited. It appears that term comes from the word 'baroco' used by logicians.

 

여기서 루소가 언급한 바로코(baroco)라는 단어는 본래 철학가들이 삼단논법의 유형을 외우기 위해 사용하던 단어인데, 13세기부터는 불필요하게 복잡한 논쟁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된 용어였다고 한다. 1600년에서 1750년 사이, 약 150년간 성행했던 음악 장르에 바로크라는 이름을 붙이기까지는 그 이후로 여러 복잡한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1733년의 초연된 오페라 "이폴리트와 아라시"의 비평, 그리고 루소의 평가를 살펴보면 후대 사람들이 바로크라고 명명한 이 시기의 음악이 마치 찌그러진 진주처럼 정돈되지 않고 두서없는 느낌의 음악이었을 것이라 추측해볼 수 있다.

 

2. 바로크 시대의 구분

실제로는 비교적 최근인 1960년대까지도 르네상스 시대 이후 언제까지를 바로크 시대로 보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해 음악계에서는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러한 이유 중 하나로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자코모 페리, 도메니코 스카를라티,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등의 대가들의 음악은 앞서 언급한 바로크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부정적인 느낌의 음악과는 사뭇 다른데, 이를 동일하게 바로크 음악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르네상스와 고전주의 사이의 명백한 구분을 위해 바로크라는 단어가 도입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지금까지도 서양 음악사에서는 17, 18세기의 150년을 바로크 시대로 구분하고 있다.

바로크 시대는 다시 초기, 중기, 후기로 세분화할 수 있으며 이전 포스트에서 간단하게 서술하였듯이, 비발디, 헨델, 바흐 등 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은 일반인들도 흔히 들어봤을 만한 유명한 대가들은 후기 바로크 시대에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크 음악이 성행하던 시기는 정치적으로는 절대주의 왕정에서 벗어나 계몽주의로 향하고 있었으며, 경제나 철학 등의 분야에서도 새로운 흐름 속에 있었던 시기였다고 한다. 즉, 단순히 음악이라는 분야 내 변화가 아닌, 여러 사회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겹쳐서 왕궁과 도시, 교회 등 각 영역에서 바로크 음악이라는 장르가 자리를 잡게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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