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양음악

고전주의 - 오랜 기다림의 끝, 근대 클래식의 시작

by 주공개 2022. 11. 2.
반응형

1. 서양 음악사의 기준

후기 바로크 시대를 지나 1750년부터 1810년경까지 음악계는 고전주의 시대를 맞이한다. 이전 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서양 음악 역사에서 어느 시대를 가리키는 단어는 원어 그대로의 뜻을 담고 있지 않은 편이다. 고전 (Classic)이란 단어 또한 미술사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미술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던 용어였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와 마찬가지로 음악사에서의 고전주의는 또한 옛 고대의 규범을 따른다는 의미로는 사용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여기서 말하는 고전이란 서양 음악사의 기준이 된 시대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음악사에서 고전주의라는 개념이 처음 나왔을 때는 시대적 개념이 아닌,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음악을 다른 음악들과 구별하기 위한 개념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들이 작곡한 교향곡이 1800년대 초 음악 회장에서의 정석적인 레퍼토리로 여겨지면서 사람들은 이들의 음악을 "기악"의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반할, 보케리니, 케루비니 등 동시대의 다른 작곡가들 또한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과 같은 형태로 작곡을 했기 때문에 음악사에서는 이 시대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고전주의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다만, 다른 동시대의 작곡가들이 고전주의 음악의 시작을 알린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과 같은 양식으로 작곡을 했던 것이 당시 청중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였는지 혹은 그러한 고전주의 곡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기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2. 가장 자연스러운 음악

고전주의(고전파) 음악의 경우 당대에도 "고전"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베토벤이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이를 고전적이라고 평가한 것이 그 시작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흔히 "고전 문학", "고전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뭔가 딱딱하고 지루한 느낌에서 비롯되는 거부감이 들기 마련인데, 오히려 고전파 음악의 경우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추상적이고 파악하기 어려운 곡조나 이론적인 내용을 기반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누구나 본인의 감정 그대로 자연스럽게 음악을 느끼게 하는 방식을 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초기 고전파는 '단순성'과 '보편성'에 기대어 그 영향력을 청중들에게 행사했던 것이 아닐까 예상된다.

 

고전파 음악의 특징으로는 3화음 중심의 기능 화성법의 확립도 있지만, 무엇보다 소나타 형식의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크 시대에 기악의 발전으로 칸타타에서 성악 없이도 온전히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소나타는, 고전주의에 이르러서는 조성을 활용하여 제1 주제와 제2 주제의 분위기가 대비되도록 발전해나갔다. 또한, 이러한 작품 내의 주제를 유기적으로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전개하는 원리를 확립했으며, 나아가 소나타 형식에 바탕을 둔 각종 교향곡, 협주곡, 독주곡 등의 악곡 형식을 탄생한 시기이기도 하다.

 

약 1720년부터 1780년 정도까지를 초기 고전주의라고 구분 지어 부르기도 하는데, 이 시기는 바흐와 헨델이 활동했던 후기 바로크 시대부터 하이든과 모차르트에 의해 탄생한 고전파 음악이 새로운 음악의 정석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도기였다. 고전주의 음악은 주로 기악 분야를 중심으로 발달하기 시작했는데, 소나타의 양식이 알레그로를 시작으로 안단테, 미뉴에트, 알레그로로 이어지는 4악장의 구성으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오케스트라 협주에서는 통주저음 악기로 사용되었던 하프시코드 (독일에서는 쳄발로라고 부르기도 한다)가 빠지고, 현악기를 메인으로 하는 근대적 편성의 형식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합주 기술이나, 연주 기법 측면의 발달에도 영향을 주었으며, 특히 건반을 활용한 음악에서는 하프시코드가 아닌 피아노의 사용이 늘게 되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바로 피아노의 사용이 늘었다"는 것이다.

 

바로크 시대 (2) - 바로크 음악의 특징

1. 새로운 악기, 새로운 음악 이전 포스트에서 살펴본 바로크 시대의 음악은 어떤 특징들이 있었을까? 먼저, 악기부터 살펴보자. 바로크 시대 - 격동하는 시대를 품은 음악 16세기 말 유럽의 음악

ju-gong.tistory.com

 

이전 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바로크 시대에는 아직 피아노라는 악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에 하프시코드나 오르간 등의 건반 악기가 주로 사용되었다. 피아노 소나타 혹은 피아노 협주곡을 떠올렸을 때, 베토벤은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지만, 바흐나 헨델은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든다. 심지어 바흐는 피아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이는 초창기에 피아노라는 악기의 완성도가 떨어졌을 당시의 이야기로, 어느 정도 미흡한 부분이 보완되었을 당시에는 싫어하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 당시의 바흐가 현대의 피아노를 가지고 자신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하게 된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3. 긴 기다림 끝에

피아노의 발달로 기존의 하프시코드 중심의 통주저음 연주 즉, 바로크 시대에 성행했던 음악은 자연스레 (이 또한 고전적이다) 사라지게 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발달하기 시작한 소나타 형식에 바탕을 둔 악곡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만 같다. 고전파 음악의 특징으로 갈랑 양식, 감정 과다 양식 등을 표현 방식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결국 이 또한 때마침 피아노라는 악기가 서양 음악사에 모습을 드러낸 시기와 일치한다.

 

어쩌면, 후대에 클래식이라는 이름의 서양 음악 기준을 완성한 "고전주의라는 이름의 시대"는 중세와 르네상스, 그리고 바로크 시대를 거쳐 피아노라는 악기가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오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