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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음악

낭만주의 - 서사를 품은 곡조

by 주공개 2022.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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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전 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혹자는 낭만주의 음악이 1960년까지도 계속되었다고 보기도 하지만, 서양 음악사에서 정의하는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낭만주의 (Romantic) 음악은 1815년부터 1890년대에 발달했던 음악을 가리킨다. 낭만파 음악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고전주의 시대의 끝자락에서 모차르트와 함께 서양 음악사에 이름을 새긴 천재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고 싶다.

 

서양 음악 (Classic)의 역사 - 르네상스에서 낭만주의에 이르기까지

1. 클래식의 시작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서양 음악의 개념은 19세기경 유럽에서 확립되기 시작했으나, 그 시작은 AD 500년 이전의 고대 음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에서는 18세기부터 계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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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주의 음악의 토대를 쌓은 아마데우스는 젊은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되었고, 그에 이어서 훗날 그와 나란히 이름을 남기게 되는 베토벤은 고전파 음악의 정점을 이룩하고 있었다. 베토벤은 활동 초기 그의 음악에 영향을 주었던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음악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작곡법을 수립해나가기 시작했으나, 중간중간 두통과 고열에 시달리는 경우가 잦았으며 심지어 말년에는 청각을 완전히 소실하는데 이른다. 물론, 청력을 잃은 뒤 다시 일어나 자신만의 심오한 음악 세계를 구축하는데 이르긴 했으나 이렇듯 서양 음악사 내에서의 업적과는 반대로, 그의 일생은 여러 잔병치레로 그리 순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토벤의 생애 후반부, 음악계는 낭만주의로 대두되는 운동이 시작하던 과도기적 시기였다.

 

고전파 음악의 정점을 경험한 이후, 시대는 어디로 가고 싶어 했을까? 그들이 선택한 낭만주의라는 새로운 흐름이 그에 대한 대답이었을까? 고전주의를 완성한 베토벤은 그러한 흐름을 그다지 달가워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여러 기록을 보면 낭만주의 시대에 활동했던 음악가를 비롯해, 시인 등 당대의 예술가들은 그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모차르트가 초기 고전주의 시대의 이정표가 되었듯, 베토벤 또한 자신도 모르게 낭만주의 시대에 활약하게 될 예술가들에게 있어 모차르트와 비슷한 역할을 하며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었다.

 

2. 서사를 품은 곡조

19세기 초 당시 음악은 모든 예술 분야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기악의 가치는 이전 세대를 거듭하며 그 자체로서 온전히 인정받고 있었는데, 나아가 당대의 사람들은 음악이라는 것을 어떠한 단어처럼 명확한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곡 전체가 조화를 이루어 무언가를 표현하려고 하는 도구로써 여기는데 이르렀다. 그에 따라 이 시기에 작곡가들은 자기 작품 내에 시적, 회화적, 혹은 설화적이고 극적인 세계와 연관되는 어떠한 감정이나 느낌을 담아내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쾨헬이 정리한 모차르트의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고전주의까지는 작품 내에 어떠한 소제목이나 표제를 붙이는 경우가 드물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1번 A장조, K.331의 3악장 또한 터키 행진곡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이는 곡 내에 "터키풍으로"라고 붙여진 수식어 때문이지 본래 곡 자체에 어떠한 표제가 붙어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낭만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곡의 규모를 불문하고 표제를 붙이는 작품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이전 시대의 고전파 음악과 결합하기 시작하면서 음악 내에 작곡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과 서사, 시대적 배경 등을 담기 시작했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브람스와 같이 바흐,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성향의 음악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작곡가들도 있었으며, 자신의 주관적인 이념보다는 초월적이고 보편적인 종교적 감정을 작품 내에 녹이고자 하는 예술가도 있었다. 19세기 후기에 이르러서는 낭만파 작품 내에 상징적, 색채적인 표현을 담아내는 것에 보다 집중하면서 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특히나 쇼팽과 베를리오즈, 그리고 리스트와 같은 작곡가들의 기악곡은 이러한 특징을 담아내면서, 고전파 음악과는 확연히 구분된 독자적인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게 되었다.

 

3. 낭만주의 이후의 클래식

명쾌하고 아름다운 작곡과 연주가 삶의 연속이었던 멘델스존, 고전주의에서 벗어나 시적이며 철학적인 음악을 만들고자 했던 슈만, 낭만파 뿐 아니라 서양 음악사 내에서도 가장 위대한 피아노 작곡가로 손꼽히는 쇼팽 등 19세기 서양 음악사는 그야말로 낭만으로 가득한 시대였다.

 

낭만파 거장들이 떠난 자리에는 인상주의, 신(新)고전주의, 나아가 포스트모던이라고 불리는 음악이 서양 음악사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언가 새로운 것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어쩌면, 모차르트와 하이든, 베토벤이 남긴 음악들을 고전 (Classic)으로 정의하고, 낭만주의 음악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던 시기에 서양 음악사의 규범(클래식)은 이미 완성되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러 세대를 거듭하며 자신의 모습을 찾은 악기와 이를 다루는 연주자의 기교에는 더 이상 부족함이 없었다. 고전주의 시대에 이르러 이 모든 것이 정점을 찍고 나자, 사람들은 음악에 서사를 담기 시작했다. 낭만주의 이후 연주자들은 대가들이 남긴 명곡에 어떠한 감정을 담을 것인지,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지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기 시작했고, 저마다 자신만의 쇼팽, 자신만의 베토벤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서두에 1890년까지를 실질적인 낭만파로 본다고는 했으나, 이러한 관점에서 1960년대까지 그리고 어쩌면 지금까지도 낭만주의 시대에 연장선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덧 클래식은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소수의 교양인들만이 즐기는 음악이 되었다. 시대는 모차르트나, 베토벤, 쇼팽이 남긴 작품보다는 "팝, 록, R&B, 힙합" 등 새로운 시대가 만들어낸 대중음악이라는 흐름을 주류 문화로 즐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시대에도 여전히 클래식을 이어가고 있는 거장들이 있다.

 

이들이 그려내고 있는 작금의 낭만 후대의 사람들은 뭐라고 부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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